“아버지를 포함한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선유지인천화약공장 폭발사건을 규명한 뒤 도쿄지방재판소에 제소해 일본에 그 책임을 물을 각오입니다.” 조선유지인천화약공장 희생자 유족회장 최의연(崔義然·66·서울 강서구 화곡동)씨. 존경하던 아버지를 한순간에 잃은 그는 수십년간 진상 규명을 위해 애써왔지만 아직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워낙 오래된 사건이라 희생자 가족을 찾지 못해 회원도 자신뿐이다.
1945년 11월30일 조선산업건설협회 최두선(崔斗先·최씨의 아버지)부회장 등 18명이 미군정청의 허가하에 일제가 남기고간 화약공장을 시찰하던 중 시험실 문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져 1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인천화약폭발 18명 사상, 일인(日人)의 장치폭탄으로 판명’이라는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최부회장을 ‘함남 장진군 출신으로 고학으로써 보전(고려대 전신)을 졸업하고 농민운동과 각종 산업방면에 큰 공훈을 남긴 인물’로 소개하면서 얼굴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당시 13세의 어린 나이로 큰 충격을 받은 최씨는 진상 규명을 다짐했지만 미군정청의 비협조로 결국 미궁(迷宮)에 빠져버렸다.
최씨는 6·25때 국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다 적군의 포화에 부상해 불구의 몸이 된 상이용사이기도 하다.
최씨는 53년전 발생한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일본에 책임을 묻는 것을 자신의 마지막 남은 소명으로 삼고 이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숨진 희생자 유족을 찾고 있다. 02―603―2377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