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작성시 유의사항·인문 자연계열 공통〉
1.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500자 내외(1400∼1600자)로 서술할 것.
2.시험시간은 150분임.
3.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4.수험번호, 성명 등 자신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답안지에 드러내지 말 것.
5.반드시 검은 펜이나 연필로 쓸 것.
〈인문계열〉
【문제】 아래 제시문들은 학문을 하는 이유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 〈나〉 〈다〉의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학문을 하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
인간이 학문을 하는 까닭은 나의 마음이 성인의 마음만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아직 성인의 마음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치를 밝히는 것이 아직 분명하지 못하고, 법칙으로 삼는 것이 없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따라가며, 능력이 높은 자는 지나치고 능력이 낮은 자는 미치지 못하는데도 자기의 지나침과 모자람을 스스로 알지 못한다. 나의 마음이 천지 성인의 마음과 다름이 없다면 어찌 학문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주희,『석자중에게 보내는 답장(答石子重)』중에서
〈나〉
학문을 하는 것은 즐거움과 장식(裝飾)과 능력을 위해 도움이 된다. 즐거움을 위한 효용은 혼자 한가하게 있을 때 나타난다. 장식으로서의 효용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나타나고 능력을 위한 효용은 사물을 판단하고 처리할 때 나타난다. 학문에 지나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나태다. 그것을 지나치게 장식용으로 쓰는 것은 허세다. 하나에서 열까지 학문의 법칙으로 판단하는 것은 학자의 버릇이다. 학문은 천성을 완성하고, 경험에 의하여 학문 그 자체가 완성된다. 학문이 경험에 의하여 한정되지 않으면, 학문은 너무나 막연한 지시를 주는 데 지나지 않는다. 실제적인 사람은 학문을 경멸하고, 단순한 사람은 학문을 숭배하며, 현명한 사람은 학문을 이용한다. 왜냐하면 학문은 그 자신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학문 바깥에 있는, 학문을 초월한 관찰로써 얻어지는 지혜이다.
―프란시스 베이컨,『학문에 관하여』중에서
〈다〉
우리들은 학문이 없는 미개인에 비해 자신의 생활조건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가령 전차에 탔을 때 우리는 전문적인 물리학자라면 몰라도 나머지 대부분은 그것이 움직이는 이치를 잘 모른다. 그에 비해 미개인은 그날 그날의 식량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 어떤 옛 가르침이 유용한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학문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그만큼 자신의 생활조건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많이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배워서 알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나의 생활에는 어떤 신비롭고 예측할 수 없는 힘이 작용할 이치가 없다는 것, 오히려 모든 것은 원칙적으로 예측에 의해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학문은 모든 형태의 주술로부터 세계를 해방시킨다. 오늘날 우리들은 미개인처럼 주술에 호소하여 나쁜 귀신을 물리친다거나 기도를 한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 기술과 예측이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문을 하는 이유이다.
―막스 베버,『직업으로서의 학문』중에서
〈자연계열〉
【문제】 과학기술의 발달과 이에 따른 산업화는 인류사회에 많은 편의성을 제공하여왔다. 그러나, 그러한 것이 인류의 미래에 끼칠 영향에 관하여서는 부정적 견해도 존재한다. 이 비판적인 견해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열역학 법칙에 의거하는 것이다.
열역학 법칙과 관련된 다음의 지문에 의거하여,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가 인류의 미래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서술하고 이들의 역기능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나 그 방법에 대해 논술하시오.
※열역학의 법칙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어떤 물체계를 외부와 고립시켜 놓았을 때, 그 물체계 내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게 보존되고 (제1법칙), 그 물체계 내에서의 모든 현상들은 항상 그 물체계 내의 분자들이 더욱더 무질서한 운동을 하게 되는 방향 즉,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제2법칙).”
〈Ⅰ〉에너지 수준이 가장 높고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최대인 상태가 최소 엔트로피의 상태이며 또한 가장 질서 있는 상태이다. 반면에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완전히 분산되고 흩어져 있는 상태는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이며 최고로 무질서한 상태이다. 한벌의 카드를 예로 들어 보자. 숫자와 그림이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 상태가 최대의 질서도 즉 최소의 엔트로피 상태이다. 카드를 휙 바닥에 내어 던지면 제멋대로의 무질서한 상태가 되어, 이 흩어진 카드들을 하나 하나 주워 모아서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려면 카드를 던졌을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 것이다.
〈Ⅱ〉금속광물 한 덩어리를 캐어서 연장을 하나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이 연장을 사용하는 동안 금속 분자는 닳거나 부서져서 끊임없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러한 금속 분자들은 결코 소멸되지 않으므로 결국 지하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땅 전체에 고루 퍼져 있기 때문에 원래의 광물과는 달리 유용한 일을 하는데 사용될 수가 없다. 이렇게 멋대로 분산된 분자들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엔트로피를 더 증가시키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금속 분자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장치가 꾸며지고 그것을 작동시킬 수 있는 에너지원이 마련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 장치 자체도 지구의 금속광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금속 분자도 앞에서와 꼭 마찬가지로 마모, 파쇄 등의 원인으로 흩어지게 된다. 동시에 이런 재활용 장치를 작동시키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도 결국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게 된다.
〈Ⅲ〉어떤 에너지가 높은 수준의 상태로부터 낮은 수준의 상태로 옮겨 갈 때 일이 이루어진다. 중요한 점은 에너지가 옮겨 갈 때마다 다음 번에 사용 가능한 에너지 양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댐 위의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물이 높은 곳으로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물은 전기를 일으키거나 수차를 돌리거나 또는 다른 종류의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바닥에 떨어져 버린 물은 더 이상 일을 수행할 수 없다. “이들 두 상태를 가리켜 각각 ‘사용 가능한 에너지’ 그리고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의 상태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러므로 엔트로피의 증가는 이러한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감소를 뜻한다. 자연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얼마간의 에너지는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한 에너지 상태로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