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도시 일산에선 월마트가 운영하는 마크로에 가보지 않은 주부들은 아예 대화에도 끼지 못한다. 세계적인 할인점업체 월마트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 일부에선 국내업체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주부들의 관심은 단연 ‘가격’에 쏠렸다.
얼마전 월마트의 첫 정기세일에 주부들은 ‘정말 소문대로 값이 싼지’ 확인하러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월마트가 몇가지 품목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자 E마트 등 국내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부지런한 주부들은 각 할인점을 돌며 상품가격을 일일이 비교하기도 했다. 어디가 좀 더 싸더라는 소문이 나기가 무섭게 그곳은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할인점끼리 경쟁하니 값이 싸져서 참 좋다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월마트 덕분에 다른 할인점들도 매출이 두배로 늘었다. 그러나 이런 ‘가격인하’가 ‘알뜰가계’에 얼마나 보탬이 됐을까.
우선 할인점 업체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는 물건은 매장내 수만가지 품목중 수십가지에 불과하다. 이른바 ‘미끼상품’을 제외하고 정작 필요한 물건은 그다지 싼 것도 아니다. 또 할인점에선 큰 묶음으로 팔기 때문에 불필요한 쇼핑을 유도하기도 한다. ‘미끼상품’ 몇가지 사려고 자동차까지 몰고 갔다가 엉뚱한 상품을 대량으로 산 뒤 쓰다 남아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알뜰주부들은 꼭 필요한 것을 메모했다가 필요한 양만큼 구입한다고 한다.
물건값이 1백, 2백원만 싸도 다리품을 팔아가며 먼곳을 찾아가는 주부들에게 월마트로 촉발된 가격경쟁은 귀가 번쩍 뜨이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가격환상’에 빠져 조금 더 싼 물건을 찾아다니다가 더 큰 낭비를 하게 되는 소비습관을 경계하지 않는 한 상품가격이 아무리 내린들 우리 가계에 무슨 도움이 될까.
이영이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