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인 모중공업 김모대리(33)는 오후 6시면 어김없이 자리를 뜬다. 5개월전 친구와 함께 업체에 필요한 사람을 뽑아 보내주는 인력파견회사를 차린그는주위의눈치를 살펴가며 두 직장에서 밤낮 없이 뛰고 있다.
IMF여파로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직장 외에 또 다른 일거리를 붙잡는 ‘투잡(Two Job)족’이 늘고 있다.
모항공사 정비기술자 김모씨(34)는 8개월전 오퍼상을 차렸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는 적성에 맞지 않는 현재의 일을 언젠가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IMF여파를 계기로 일을 ‘저질렀다’.
외국과의 무역 업무는 주로 밤에 이뤄져 직장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고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인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월급(1백80만원)에 버금가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 사원인 이들은 걸핏하면 인력감축 소리가 나오는 회사에서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비겁하게 매달리기 싫어서 나선 것이다. 언젠가 ‘때’가 오면 당당히 사표를 내던진다는 계획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직장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는 현실에서의 자구책일까.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