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나∼, 다….”
21일 서울 강서청소년회관. 박태희군(17)이 95마닐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밴텀급 우승자인 원선진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박군은 지체부자유자들이 모인 교남 소망의 집 원생이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황규인 원장이 “누나, 다음엔 꼭 겨뤄보자”는 말이라고 전해주자 그제서야 원선진은 “알았어, 꼭 그럴게”라고 대답했다.
삼성물산 태권도팀(감독 김세혁)이 뇌성마비 청소년들에게 ‘사랑의 태권도’를 전하고 있다. 이날은 1월부터 매달 월급에서 감독 3만원, 코치 2만원, 선수 1만원씩을 떼어 모은 1백만원을 소망의 집에 전달했다.
삼성 선수단이 지도하는 18명은 지능발달이 도중에 멎은데다 뇌도 일부가 손상돼 몸도 마음대로 가누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강서청소년회관 김화숙 사범에게서 주 3회씩 태권도를 배우면서 몸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이날은 손발을 일일이 잡아주며 정확한 자세를 일러주는 선수들의 도움에 진짜 선수가 된 것 같았다.
김사범과의 인연으로 이들과 만난 김감독은 “승부에 얽매인 선수들만 대하다 즐거운 표정으로 태권도를 하는 이들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며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원선진도 이들의 손을 잡으며 “처음엔 망서렸지만 막상 만나보니 붙임성도 좋고 더 열심히 따라 한다”고 흐뭇해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