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경기부양 요구가 고조되는가 하면 구조조정부터 마무리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민간연구소와 일부 국책연구소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서둘러 경기진작에 나서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뒤에도 회복잠재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왜 디플레인가〓전형적인 디플레는 가계와 기업이 소득감소로 소비를 하지 않고 이로 인해 물가가 떨어지고 기업은 투자를 기피, 산업생산이 점차 줄게 되는 경제현상이다.
산업연구원(KIET) 온기운(溫基云)동향분석실장은 “현재의 대표적인 디플레 징후는 민간소비가 급격히 줄고있는 점과 이에 따른 물가하락”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비의 주요지표인 도소매판매가 지속적으로 줄어 7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17.4%에 이르렀다.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율도 97년에는 56%선이었으나 올 2·4분기에는 50%를 밑돌 전망.
한국개발연구원(KDI) 심상달(沈相達)거시경제팀장은 “환율요인을 제외한 수요감소에 의한 물가인하 요인이 2·4분기에만 7% 안팎인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 상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며 “이는 본격적인 디플레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줄고 수입은 더욱 격감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이와 함께 환율이 하락하는 현상도 초기 디플레의 전형적 모습이라는 것.
▼반(反)디플레정책을 펴라〓LG경제연구소 김주형(金柱亨)상무이사는 “구조조정을 어느정도 마친 뒤 실물경제를 살리려면 이미 때가 늦다”며 “추경예산에 반영된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신용보증기금 확충 이외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조치가 즉시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 처방으로는 △통화 확대 △재정적자 확대 △특소세 인하 등 감세조치의 3가지가 제시된다.
KDI의 심팀장은 “현상황에서는 통화공급 확대가 절실하다”며 “통화증발로 인해 인플레가 발생한다는 한국은행의 주장은 성장률이 -5% 밑으로 내려가는 상황에선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조동철(曺東徹)KDI연구위원은 돈이 돌지않는 것은 신용경색 때문이라는 한은측 주장에 대해 “일단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신속히 내려 시중의 자금수요와 RP균형금리를 파악한 뒤 이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RP금리를 낮춰 나가면 돈이 돌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를 늘리게 되면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자산가격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