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짜리 밍크코트를 파는 백화점과 또 그것을 사는 사람들의 양심은 과연 얼마짜리입니까.”
28일 정오경 서울 중심가의 한 백화점. 녹색소비자연대 회원 10여명이 피켓을 들고 호화수입품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일부 부유층에 과소비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백화점에는 누가 보아도 놀랄 만한 수입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9천9백만원짜리 이탈리아제 밍크코트, 1천7백만원짜리 양탄자, 3백만원을 호가하는 프랑스제 휴대용 라이터, 1천만원짜리 덴마크제 촛대 등.
주부 신인경씨(36·서울 동작구 대방동)는 “정리해고로 성실하게 일해온 수많은 가장이 실직당해 그 가족이 고통받고 있는 마당에 벌어지고 있는 일부 부유층의 ‘사치행각’에 할 말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원 김동명씨(35·서울 동대문구 면목동)는 “수천만원짜리 족집게과외에 1억원짜리 모피까지 구입하는 몰지각한 부유층이 있는 한 국난극복이나 고통분담은 멀고 먼 얘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문제의 수입품들이 수작업으로 만든데다 워낙 귀해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수입라이터 매장의 직원 강모씨는 “80만원짜리 라이터도 하루에 1,2개씩은 꾸준히 팔려나간다”고 귀띔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기명(李己明)정책실장은 “이윤추구만을 위해 호화수입품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몰지각한 사치행각을 벌이는 일부 부유층은 좌절을 딛고 일어서려는 서민들에게 깊은 좌절감만 안겨줄 뿐”이라고 말했다.
“실직자에게 절망이나 안기지 말 것이지….”
백화점 정문 입구에 내걸린 ‘실직자 기금모금 대바자’라는 게시판을 바라보던 한 시민이 퉁명스레 한마디하며 발길을 돌렸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