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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클리닉]김원규/퇴직은 새인생의 시작

입력 | 1998-08-30 20:11:00


“여보! 월급쟁이란 말 좀 그만 할 수 없어?”홍과장이 숫가락을 내려놓으며 소리를 질렀다. “차린 게 없어요. 월급쟁이 집이니까 이해해 주세요.” “월급쟁이에게 남는 건 보너스 뿐인데 그게 안나오니.” “저 양반도 월급쟁이 청산하려 했는데 IMF시대가….”

고교동창과 부부동반 저녁모임을 집에서 가진 홍과장. 마누라의 입에서 월급쟁이 소리가 세번째로 튀어나오자 발끈했다. “회사원, 샐러리맨 같은 말도 있는데 하필 ‘월급쟁이’냔 말이야! 그룹내 최연소 사장이 목표인 사람을 놓고….”

김사장의 아내가 홍과장의 말을 받았다. “요새는 ‘살아 남은’ 직장인이 최고래요. 어음 막을 고민을 하나,직원 월급줄 걱정을 하나. 우리집 양반은 요즘 흰머리가 늘었다니까요.” “김사장, 그렇게 힘들어?” “신상품 개발까지 겹쳐 힘들었지. 가을부터 중국사람들이 우리회사 양말을 신기 시작하면 나 만나기 힘들거야.” “하하! 12억 켤레를 수출해 김회장이 되겠다는 말이로군.” “허대표는 어때? 노니까 더 바쁘지?”

다니던 은행이 퇴출돼 실직한 친구에게 홍과장이 물었다. “실직자가 무슨 대표야?” “‘당신 주식회사’의 대표 아닌가. 새 인생을 시작하는….” “그편이 듣기는 낫구만.”

김사장이 말을 받았다. “‘뉴라이프 주식회사’의 허상덕 대표이사, 좋구만. 홍과장도 오늘부터 홍사장이라고 부르지 뭐. 자 한잔! 새 인생을 위하여!”성공하는 사람은 긍정적 미래를 즐긴다.

김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