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투자협정이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제도에 걸려 결렬될 위기에 빠졌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이 스크린쿼터제를 없애지 않으면 양국 정상이 6월에 합의한 투자협정을 무산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한국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 상태에선 한미투자협정이 당초 계획대로 연내에 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미국측은 스크린쿼터제 등 한국 기업에 적용되는 의무를 미국 기업에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투자협정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마련한 한미투자협정 초안 16개항 가운데 제6항 (의무이행 강제 불가 조항)은 ‘상대국 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과 같은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우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투자협정에 이 조항이 들어가면 미국이 직접 설립하거나 50% 이상의 지분을 인수한 영화관에 대해서는 스크린쿼터제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의 다른 극장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스크린쿼터제 자체를 전면 폐지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한미투자협정에 ‘의무이행 강제불가’ 조항이 포함되면 △제지업체에 대해 원료의 55% 이상을 폐지를 쓰도록 하고 있는 재활용촉진법 규정 △연구개발(R&D)기금 출연 의무화 제도 등 산업정책에 관련된 일부 국내 법제도의 수정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백우진기자〉wo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