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더 큰 화를 불렀다.
고교교사 55명이 93년 이번의 사기 고액과외 사건 주범 김영은(金榮殷·57)씨로부터 학생들을 소개해준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었다. 그러나 검찰의 통보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비위 교사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것.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93년8월 김씨가 서울 여의도와 성수동 등 2곳에 학원을 운영하면서 성동 여의도 장충 무학여고 등 10개 고교 교사 55명으로부터 학생 1백여명을 알선받아 사기 고액과외를 하면서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했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알선료로 건당 10만∼50만원씩의 돈을 받은 교사 중 일부를 구속하려 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송모검사는 “관련 교사 중에는 학생들 일부가 한과목에 1백50만원씩 하는 과외비에 부담을 느껴 과외를 받지 않자 따로 불러 심하게 구박하는 등 죄질이 나쁜 교사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구속하지 않은 채 비위사실을 통보하고 자체 징계에 맡겼다.
시교육청은 같은해 10월 55명의 교사 가운데 해임 2명, 정직2개월 2명, 경징계 11명 등 15명의 교사를 징계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게다가 해임된 2명은 그해 12월 교육부의 징계재심위원회에서 ‘정직3개월’로 되살아나 흐지부지 돼버렸다.
김씨는 알선 교사들이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 선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자 보석으로 출감한 직후인 94년초부터 서울 옥수동 방배동 등에 잇따라 학원을 열고 교사들과 계속 접촉하면서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범행을 되풀이하다 이번에 피소된 것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