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미술협회 회장과 부회장 등 문화계 저명인사와 골동품상들이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한 뒤 중국에서 1백억원대의 북한문화재를 밀수입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명재·李明載검사장)는 1일 중국에서 1백억원대의 북한 문화재를 밀수입해 유통시킨 혐의(관세법 및 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고미술협회 김종춘(金種春·49)회장과 김태형(金泰亨·42)부회장, 골동품상 오규홍(吳圭洪·48·전통고미술연구소 대표)씨 등 6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1천2백만원의 뇌물을 받고 문화재 밀반입을 눈감아준 혐의로 김포세관 직원 장화식(張化植·44·7급)씨를 구속하고 오씨에게 밀수자금 4억여원을 달러로 바꿔준 혐의로 암달러상 김옥선(金玉仙·여·54)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중국에 체류중인 브로커 정찬경(鄭贊敬·46·골동품상)씨 등 2명을 지명수배하고 정씨의 부인 김영희(金永姬·46)씨를 불구속 입건했으며 고려청자 등 북한문화재 1백11점(약 30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 ‘다보성’ 고미술전시관 관장인 김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중국에서 청자항아리 등 북한 문화재 1백13점(약 20억원 상당)을 구입해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다.
해동고도자연구소 소장인 김부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청자매병 등 북한 문화재 16점(약 23억원 상당)을 밀수입하고 이중 백자대접, 분청사기 상감 경태(景泰) 5년명(銘) 묘지(墓誌) 등 3점(약 12억원 상당)을 일본으로 밀반출한 혐의다.
김회장 등은 2월 중국에서 구입한 ‘금동역사상’이 협회 감정결과 가짜로 판정나자 새로 감정위원들을 선정해 진품 감정서를 발급하도록 한 뒤 1천만원에 유통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밀수품중에는 7억3천만원 상당의 ‘고려청자’ 등 고가품이 포함돼 있고 문화재 및 사료의 가치가 있는 일부 골동품이 일본으로 반출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북한의 경제사정 악화로 북한 문화재가 중국으로 대량 밀반출되고 있으며 국내업자들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이들이 밀수입한 1백억원대의 북한문화재 가운데 70억원 상당의 고가품들이 재력가들에게 넘어가 소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