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사기획과 유재후(兪在厚)과장은 몇 년 전 프랑스 파리 근무중 현지의 쏘시에떼제네널은행을 방문했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만들기 위해 은행에 들어섰는데 담당직원의 태도가 쌀쌀하기 그지없었다. “미리 약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리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불친절한 태도에 당혹했으나 약속을 한 뒤에 다음날 다시 찾아갔다. 담당직원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를 맞았다. 한시간동안 다른 손님은 전혀 받지 않고 자세하게 설명해가면서 업무를 처리해줬다.
“한국에선 고객에게 인사를 잘하고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해주어야 ‘친절한 은행원’소리를 듣지만 유럽에선 친밀감있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어야만 친절하다고 한다”는 것이 유과장의 설명.
유럽이나 미국의 은행 창구는 아주 한산하다. 계좌를 새로 개설하거나 상담을 하는 경우에나 은행을 찾기 때문. 입출금 송금은 현금입출금기(ATM) 등 자동화기기를 이용하고 공과금 납부도 개인수표를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한다. 은행직원은 충분한 시간을 내어 고객과 상담을 할 수 있게 된다.
은행점포 내부배치도 거래방식과 관계가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은행의 경우 점포 밖에 설치돼 있는 ATM을 이용하면 웬만한 업무는 다 볼 수 있다. ATM으로 처리되지 않는 거액인출 환전 등은 창구안에 들어와 줄을 서 있다가 텔러(창구직원)를 통해서 처리한다. 씨티은행 해외 점포의 경우 고객의 80%, 거래액의 절반 가량이 ATM을 통해 업무가 처리된다.
국내 은행 지점의 경우 웬만한 고객들은 대기석에 앉아있다가 순번에 따라 창구직원 앞으로 가서 일을 본다. 대부분이 입출금 송금이다. 빨리 일을 마치고 싶어하는 고객이나 일에 지친 은행원이나 어느 한쪽도 금융거래에 신중해지지 못하는 것이다.
〈홍권희기자〉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