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생각 ▼
한소영 (31·인천계양고 과학교사)
남편과는 같은 과 친구로 10년 가까이 지내다가 “우리 결혼이나 할까?”라는 장난스런 프로포즈를 받고 94년 10월 결혼했어요. 돈이 없던 연애시절에는 옷 쇼핑은 감히 꿈도 못 꿨죠. 중동 신도시에 보금자리를 꾸미고 나서야 숙녀복을 장만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주로 티셔츠나 카디건 등 계절에 따라 필요한 옷만 그 때 그 때 사는 편이에요. 비싼 물건은 물론 싼 옷을 사더라도 함부로 돈을 쓸 수는 없죠. 평소 백화점에 다니면서 미리 물건을 봐두고 값도 대충 외워 둬요. 그래야 나중에 옷을 살 때 마음에 들면서도 싼 것을 고를 수 있거든요. 시간은 좀 걸려요.
남편의 지친 모습을 보면 저도 미안해요. ‘이제 그만 집에 가서 쉬자’고 얼굴에 쓰여 있는데 어떻게 외면하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되도록 1시간 이내에 쇼핑을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것도 불만이에요. 꼭 사지 않더라도 옷을 구경하는 게 즐겁거든요.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요. “옷은 친구들과 가서 사라”고 남편은 말하지만 저는 꼭 그이 손을 잡고 다니고 싶은 걸요. 아내가 예쁜 옷을 이것 저것 입어보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남편은 즐거워할 수 없는 걸까요?
▼ 남편생각 ▼
최병훈(31·현대방송 경영관리팀 대리)
일주일에 한 번은 장을 보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데, 백화점에서 꼭 지하매장만 들렀다 오는 것은 아니죠. ‘윈도 쇼핑’도 할 겸, 요즘 어떤 물건이 나와 있는지도 볼 겸, 다른 층도 휙 한 번 돌아 봅니다.
문제는 ‘공포의’ 2,3층 숙녀복 매장입니다. 살 것도 아니면서 아내는 매장 직원에게 옷값을 묻고 일일이 옷감도 만져보고 입어보기도 합니다. 정작 옷은 한두달에 한 벌 정도 사는데 옷고르기 작업만 몇 주동안 하는 셈이죠. 이 정도는 약과예요. 실제로 옷을 사는 날에는 한 매장에서 3,4벌은 기본으로 입어보고 철 지난 옷을 파는 간이 판매대도 아내는 절대 소흘히 하지 않습니다.
좋은 제품을 골라 싼 값에 구입하려는 태도는 높이 삽니다. 하지만 1시간 가까이 멀뚱 멀뚱 쫓아다니는 남편 생각도 해 줘야죠. 솔직히 다리가 아픕니다. 빨리 집에 가서 주말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죠. 옷도 못 팔고 친절히 인사만하는 매장 직원에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 적도 한 두번이 아닙니다. 팜플렛이나 인터넷에서 미리 옷을 골라 쇼핑 시간을 줄이거나, 백화점 옷 쇼핑은 남편 대신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