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철강업계가 생산량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다. 특이한 건 자기가 1등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서로 ‘네가 1등’이라면서 양보하고 있다는 점.
일본철강신문은 최근 “한국 포철이 올해 조강생산량에서 신일본제철을 1백만t차로 누르고 세계 1위 업체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일철은 10여년간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군림해 온 기업. 그러나 올해 일본 내수 침체로 작년보다 2백60만t 이상 감산함에 따라 포철에 수위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는 것.
그러나 정작 포철은 이 ‘낭보’에 대해 ‘무슨 소리냐’는 반응. “우리도 추가 감산 가능성이 있어서 연말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면서 ‘신일철이 여전히 1등’이라는 입장.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 수위 자리를 노려온 포철의 이같은 태도는 일단 의외.
그러나 속사정이 있다. 한일 철강업체들은 올들어 한국산 제품의 일본 수출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왔다. 따라서 일본측의 주장은 “우리는 감산하는 등 죽을 맛인데 한국은 생산량을 늘려 일본 시장에 헐값으로 팔고 있다”는 ‘엄살 전략’이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