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중순 탤런트 김수미씨의 시어머니가 후진중이던 BMW승용차에 치여 숨진 사고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차가 천천히 후진을 시작하다 갑자기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달린 것으로 알려진 이 사고는 30년이 넘는 경력을 지닌 사고 운전사의 과실로만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게 수사관계자와 목격자의 지적이다.
이같은 시동초기의 ‘급발진 사고’는 94년 이래 소비자보호원과 교통문제연구시민모임에 1백20여건이 접수되고 있으며 97년 한해 동안 51건이 발생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고차량은 수입차 4대를 포함해 K, H, D사 등 국산 자동차회사가 내놓은 자동변속기 차량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정밀기계연구소의 조한상(趙漢相)박사는 급발진 사고에 대해 “운전자 과실이 없다고 볼 때 승용차의 ‘두뇌’인 변속기제어장치(TCU)와 엔진제어 장치(ECU)의 신호 전달과정 등에서 전자파 장애 등으로 인해 오작동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입 및 국산 자동차 회사들은 한결같이 “승용차 출고전에 전자파 검사 등을 충분히 하고 있어 사고가 차의 결함 때문에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 사건 개요
지난달 15일 오전 10시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주유소 앞에서 김수미씨의 시어머니 김옥환씨(74·서울 서초구 반포동)가 며느리 김씨 소유의 서울 52너 8348호 BMW 승용차(운전사 김종우·金宗佑·56)에 치여 숨졌다. 며느리가 출연할 연극 포스터를 주유소 벽면에 붙이려던 김씨는 풀을 꺼내기 위해 승용차로 다가가며 손짓으로 차를 불렀다. 운전사가 김씨를 향해 후진하던 중 갑자기 승용차가 굉음과 함께 속도가 빨라지면서 김씨와 부딪친 후 10m가량 밀고 달렸다. 차에서 튕겨나간 김씨가 쓰러졌고 차는 20여m를 더 후진으로 달려 가로수와 가로등을 들이받고 멈췄다.
경찰은 운전사 김씨가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으나 그 경우도 베테랑 운전사인 김씨가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계속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후진을 계속한 이유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고 보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검사를 의뢰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