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구. 난리가 이런거지 뭐것어유….”
평온하던 산업현장이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해버린 충남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만도기계 아산공장을 바라보면서 마을 주민들은 하루종일 가슴을 졸였다.
3일 오전 6시경. 공장 주위에는 이날따라 안개가 자욱했다. 이 때문인지 더욱 긴장감이 감돌았다. 3천여명의 경찰이 공장을 에워쌌고 정리해고 전면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온 일부 노조원은 쇠파이프를 치켜들고 대항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잠시후 경찰은 헬리콥터 확성기를 통해 경찰투입을 미리 알렸고 곧바로 진압작전에 들어가 노조원들을 하나 둘 연행하기 시작했다.
마을주민들은 만도기계도 현대자동차 처럼 대화로 문제를 풀겠거니 하고 안심하고 있다가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지자 논밭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불안에 떨었다.
오모씨(44·여)는 “‘꽝’하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깨보니 방안에 이미 최루가스가 스며들고 있었다”면서 “평화롭기로 이름난 우리 동네에서 왜 이런 ‘전쟁’이 벌어져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장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48)는 노조원들이 던진 돌에 맞은 의경과 경찰 진압과정에서 부상한 노조원들이 구급차에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어느 때보다도 나라가 어려운 마당에 왜 우리들끼리 싸움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서로 다투기만 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30년째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황모씨(61)는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한걸음씩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루빨리 공장을 돌릴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노사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