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복투자업종으로 지목되어온 7개업종의 구조조정안이 확정됨에 따라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후발업체인 현대와 LG가 합병함으로써 세계1위인 삼성에 이어 2위로 올라서고 석유화학은 현대와 삼성의 합병으로 아시아 최대의 유화업체가 탄생한다. 현대 한화의 합병으로 5사체제에서 4사체제로 정비된 정유업계는 후발업체들이 주도해온 과당경쟁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철도차량과 발전설비는 업계가 단일회사로 통합돼 완전독점상태로 들어가며 선박엔진과 항공은 양사체제로 이원화될 전망.》
▼ 반도체, 현대+LG 세계2위 ▼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할 경우 D램 분야에서 일본 NEC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두 회사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15.7%로 1위업체인 삼성전자(18.8%)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접근한다.
생산 능력은 64메가D램 기준으로 월간 1천5백50만개로 1천4백만개인 삼성을 오히려 추월.
현대와 LG가 경영에 뜻을 모을 경우 물량조절을 통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는 전망.
특히 2백56메가D램의 자체 기술을 갖고 있는 현대와 차세대 고속D램인 램버스D램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LG의 장점이 결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으로 업계는 전망.
문제는 양사 합쳐 16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부채. 또 최근 반도체 불황으로 지난해 1천8백35억원(현대)과 2천8백97억원(LG)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부담.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 석유화학, 아시아 최대업체 등장 ▼
에틸렌 기준 연산 1백만t 규모인 현대석유화학과 50만t 수준인 삼성종합화학이 단일회사로 통합하면 단번에 아시아 최대 유화업체로 부상한다. 제품구조가 유사해 시장수급 상황에 따라 다양한 품질의 제품을 탄력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게 된다.
충남 대산 단지내에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현대와 삼성의 통합으로 원료 공동구매, 제품출하 및 판매 등에 있어서 적지 않은 통합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대산의 두 업체 모두 축적기술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감가상각에 들어가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는 분석. 이 때문에 일본 등 외국업체와의 기술제휴 및 자본참여를 추진, 3자가 경영하는 방식이 유력.
한편 여천단지의 LG화학 대림산업 한화종합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4개사와 울산단지에 있는 SK 대한유화 등 나머지 유화업체들의 단지별 통폐합도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발전설비, 韓重 민영화 촉진될듯 ▼
한중이 80%가량을 차지하고 현대와 삼성이 각각 10%씩 차지하는 발전설비분야가 한국중공업으로 일원화됨에 따라 96년1월 해제된 ‘한중 독점체제’로 돌아간다.
IMF 이후 전력소비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발전설비 일원화는 산업판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 또 발전설비 일원화로 한중은 기업가치가 더욱 높아져 민영화가 더욱 활발하게 진전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 정유, 4社체제로 재편 ▼
업계 4위인 현대정유가 5위의 한화에너지를 인수하면 정유업계는 4사체제로 새롭게 재편된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현대는 하루 원유 생산능력 55만배럴, 시장점유율 21%의 3위 업체로 뛰어오른다.
특히 현대는 서울지역 주유소가 42개에 불과해 SK(3백10개)나 LG정유(2백40개)에 크게 뒤져 있었으나 한화(1백60개)를 인수함으로써 수도권 영업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작년 7월 가격자율화 이후 가격인하 경쟁을 선도했던 현대와 한화의 통합에 따라 가격경쟁이 수그러지고 유통질서가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항공기 제작, 2위 대한항공 불참 ▼
삼성 대우 현대가 항공기제작 공동법인을 설립하면 소규모로 쪼개져 낙후된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설립될 공동법인은 정부 물량을 한곳에서 모두 수주하게 됨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도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2위업체인 대한항공이 단일법인 설립에 불참, 항공업계를 일원화하려던 당초 계획은 ‘미완’으로 끝나고 한국항공산업㈜과 대한항공의 2사 체제로 갈 전망. 그러나 삼성 대우 현대는 항공기 제작부문 외에 항공엔진 등 다른 사업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기존업체는 그대로 남고 새 회사만 하나 더 생겨 통합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는 미지수.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 철도차량, 내수시장 독점체제 ▼
대우 현대 한진 3사체제로 과당경쟁을 벌여온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공동회사로 단일화, 독점체제를 구축한다.
현재 국내 철도차량 생산규모는 △대우 6백50량 △현대 6백20량 △한진 2백50량 등 총 1천5백20량으로 국내 수요의 두배나 되는 수준.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발주시 과당경쟁으로 차량가격의 20∼30%를 낮춰 입찰하는 등 무분별한 출혈경쟁으로 만성적자에 시달려온 업체들은 이번 공동회사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철도차량 사업이 독점상태가 됨에 따라 정부가 발주하는 철도차량 가격이 높아져 국민부담만 늘어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 선박엔진, 특정업체 독점 우려 ▼
현대 삼성 한국중공업 3사 체제가 현대 한중의 2사 체제로 정리된다.
현재 생산능력은 현대가 1백20대로 압도적으로 많고 삼성과 한중이 각각 40대 수준.
이번 통합으로 큰 변화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선박엔진이 완전통합돼 특정 민간업체로 넘어가는 것을 업계는 가장 우려하고 있다. 나머지 조선업체가 경쟁사로부터 선박엔진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