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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헌진/너무나 당당한 두사람

입력 | 1998-09-04 19:15:00


그들은 여전히 당당했다. 4일 오후 1시경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선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 비서관의 첫마디는 추락한 경제로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참회의 말이 아니었다.

“자유의 몸이 돼 기쁘다. 건강 역시 좋다. 법원이 보석결정을 받아준데 감사하다.” 말쑥한 양복차림에 때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시종일관 여유롭게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IMF체제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은 5월 이들을 구속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국난으로 온 국민을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몰아넣은 외환위기의 진행 및 대처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유기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씨 등은 당시 경제관료로서 어떠한 직무유기도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라경제 파탄에 대해 고위 경제정책 책임자였던 사람으로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정법 위반을 전제로 하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그러나 이날 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 누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할까. 이날 강씨 등의 모습은 차라리 당당한 ‘승리자’의 모습에 가까워 보였다.

“재판과정을 통해 법원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청문회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

마지막 말을 짤막하게 한 강씨 등은 각각 고급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들이 떠난 구치소 앞길에는 다시 IMF경제난에 지친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은 수많은 서민은 이들의 보석과 자신만만한 태도를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