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3년간의 일본유학을 마치고 올해 4월 귀국한 권형돈(權炯燉·30·한국불교미술박물관 직원)씨는 “유학을 간 사이 우리나라의 자동차보유대수가 1천만대를 넘어서는 등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팽창했지만 운전자 의식이나 시설 등의 교통환경은 아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초 어느날 새벽, 판교에서 서울로 향하던 권씨는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시속 1백㎞ 정도로 달리다 5m전방에서야 대형트럭이 멈춰서 있는 것을 확인, 급브레이크와 함께 핸들을 꺾어 간신히 위기를 면했다.
권씨는 “트럭운전사가 후미등도 켜지 않고 길 한편에 차를 세운 채 휴식을 취하는 바람에 엄청난 사고를 낼 뻔 했다”며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도로는 국도나 지방도로를 가릴 것 없이 일본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며 “이 때문에 장애물을 발견하고 방어운전을 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공사장 주변을 달리다 간담이 서늘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주택가 이면도로에선 안내표지판 하나 없이 공사를 하기 일쑤다.
권씨는 “일본에선 맨홀 뚜껑 하나를 교체하더라도 반드시 교통안내원을 배치, 공사가 끝날 때까지 지휘봉으로 차량을 안내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또 “다 아는 것이기는 하지만 선진 교통문화는 운전자 상호간의 존중과 배려, 평상시의 안전운전습관, 기본적인 교통법규 준수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냐”며 “행정당국도 운전자들이 이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교통환경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