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국방위원장으로 공식취임한 5일 뉴욕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회담이 타결됐다. 우연한 일치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진전이었다.
그동안 본국의 훈령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담을 지연시키던 북한측은 김정일의 취임과 때맞춰 무리한 주장들을 거둬들였다.
그동안 협상지연의 주요 원인은 “미사일 수출중단을 원한다면 미국은 미사일회담 재개에 앞서 수출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보상을 미리 약속하라”는 북한측의 요구였다.
양측은 타결이 쉽지 않은 이 문제를 빠르면 이달안에 개최될 미사일회담에서 논의키로 하면서 합의점을 쉽게 이끌어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김정일 취임기념에 맞춰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그동안 지연전술을 구사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날 회담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측이 인도적 차원을 강조했지만 북한은 올해 잔여 중유공급분 22만8천t외에 20만t가량의 잉여밀을 챙기게 됐다. 아직까지는 ‘회담을 위한 회담’에 불과한 미사일회담과 한반도평화와 안정을 위한 4자회담에 응해주는 대가로는 큰 성과다.
특히 미사일 인공위성 논란과 영변(寧邊) 동북쪽 핵시설 건설의혹 와중에서도 상당한 실익을 챙긴 셈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동결협정 이행약속은 받아냈지만 미사일 발사와 관련, 재발방지나 사과 등은 얻어내지 못했다. 이같은 합의내용으로 최근 대북한 강성기류가 지배하고 있는 미 의회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미 국무부의 고민거리다. 한편 대북 경수로사업비용 분담금 10억달러의 부담을 최근 유보한 일본측의 반응도 주목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