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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차웅/싱거워진 제주근해

입력 | 1998-09-06 19:35:00


바닷물의 염분량을 나타내는 단위는 퍼밀(‰)이다. 공해(公海)의 염분은 보통 34∼37‰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강수(降水)량과 증발(蒸發)량의 차이 때문이다. 증발보다 강수가 많은 적도(赤道)부근에서는 염분이 낮고 증발이 더 많은 아열대지역에서는 염분이 높다.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는 담수 유입량도 큰 변수다. 지중해(38‰)나 홍해(41‰)가 염분이 높은 것은 담수 유입이 적고 증발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도 근해의 염분이 크게 낮아졌다. 중국 양쯔(揚子)강 유역의 대홍수로 생긴 담수대(淡水帶)가 북상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제주도 근해는 염분이 보통 32∼34‰이었으나 최근에는 27‰까지 내려갔다고 하니 바닷물이 얼마나 싱거워졌는지 알만하다. 문제는 이 바람에 제주연안의 패류들이 떼죽음하는 등 어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점이다.

▼서남해 근해 역시 염분이 크게 낮아져 소금농사짓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바닷물로 염전(鹽田)을 채워도 염분이 낮아 소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피혁가공에 쓰이는 값 싼 공업용 수입소금을 염전에 뿌려 소금을 만든 뒤 이를 ‘천일염(天日鹽)’으로 속여 팔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까지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황해와 제주도 근해의 저염분현상은 옛날부터 늦여름이면 있어 온 현상이지만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원인은 따지고 보면 기후변화 때문이다. 중국의 대홍수는 물론 이번 여름 지겹게 계속됐던 ‘게릴라성 호우’와 고온현상이 모두 기후변화의 결과다. 앞으로도 이런 자연재앙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은 혼자 죽어가지 않는다’는 경고가 새삼스레 실감난다.

김차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