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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李총재 대선자금 불관여…후원회등 루트 적법』

입력 | 1998-09-06 20:37:00


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대선자금 조달 전모가 드러나면 상당수가 다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강력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이의 진상이 조만간 드러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대선자금을 어떻게 모아 썼을까. 한나라당과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조달 루트는 대개 네댓가지 였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당 재정후원회를 통해 기업들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것이다. 지난해 대선전에 주요기업들은 대부분 여당인 한나라당 후원회에 가입돼 있었다. 한기업이 최고 2억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합법적인 선거자금인 셈이다.

둘째, 지난해 11월14일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폐지된 ‘지정기탁금제’도 한나라당의 주요 대선자금 창구였다. 지난해 선관위를 통해 한나라당에 전달된 지정기탁금은 3백65억원이나 됐다.

셋째, 일부 진상이 드러났듯이 국세청이 개입해 세무조사를 무기로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제공토록 기업들에 압력을 넣은 것이다. 이렇게 조달된 돈이 최소한 1백억원을 넘을 것이라는게 검찰측의 추정이다.

넷째, 안기부가 공기업에 압력을 넣어 선거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한국통신과 한국중공업에서 비자금을 받아 쓴 것이 드러났을 뿐 전체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섯째, 해외에 유령기업을 만들어 대선자금을 조달했다는 설도 있다. 해외 유령기업이 국내기업들의 비자금을 세탁해 다시 국내로 들여와 대선자금으로 지원했다는 설이다. 물론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국세청 안기부 등을 통한 불법모금 여부다.

그러나 대선자금 모금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상목(徐相穆) 김태호(金泰鎬)의원 등은 한결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거자금을 모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대선자금 조달과 집행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총재 측근들은 “이총재는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정기탁금제 폐지에 앞장설 정도로 대선자금에 관한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고 주장했다. 한 측근은 “주요당직자가 기업들과 접촉, 이총재와 직접 전화통화를 하면 기백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총재에게 전화를 걸어주도록 건의했으나 이총재가 거부하기도 했다”며 이총재의 대선자금 개입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대선후보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업들이 ‘대리인’에게 거액의 선거자금을 제공했겠느냐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