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훤(867∼936). 후백제의 시조. 신라의 무장(武將)으로 있다가 5천여 군사를 이끌고 전라 경상도 일부를 병합, 후백제 건국. 넷째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다 맏아들의 반대에 부딪혀 전라도 금산사에 갇힌 뒤 왕건에게 항복’.
그의 거병(擧兵)은 통일신라말기 도탄에 빠진 민초들을 구하려했던 혁명인가, 아니면 쿠데타인가. 비운의 왕조 백제를 부활시키겠다는 백제혼의 발현이었던가.
경북 문경 신라땅에서 태어난 그가 연고도 없는 전라도에서 백제 부활을 외쳤던 것은 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알려진 게 별로 없는 견훤의 삶.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도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비극적 영웅에 드리워진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하게 복원한 책.
저자는 우선 그의 정확한 이름은 견훤이 아니라 진훤이라고 판단한다. 책 제목도 그래서 ‘진훤이라 불러다오’. 그리고 엄연히 백제의 후예이며 현실의 모순에 저항했던 뜨거운 혁명가라는 점까지.
이 책은 한 편의 역사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세상을 정확히 볼 줄 아는 판단력, 백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꿈꾸었던 열정, 빼어난 인물을 등용할 줄 있는 혜안(慧眼), 노구를 이끌고 백발을 휘날리며 포효하는 웅자(雄姿), 난세를 헤쳐나간 처세술, 라이벌 궁예 왕건과의 대결 그리고 끝내 패장(敗將)이란 나락으로 떨어져야 했던 한 인간의 갈등과 고뇌….
저자는 그러나 패장이라는 대목에서 역사의 진실을 보려한다. 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이었기에. 그 허구를 벗겨내 진훤과 후백제의 실체와 웅대한 이상을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푸른역사. 10,000원. 342쪽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