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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가슴이 따뜻한 맥과이어

입력 | 1998-09-09 07:29:00


‘그해 빅맥의 가슴은 따뜻했었네.’

87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 신인 50홈런이라는 대기록에 한개만을 남긴 맥과이어는 그곳에 없었다.

그가 있었던 곳은 경기장 대신 산부인과. 캘리포니아대 시절 배트걸로 만난 아내 캐시가 산고(産苦)를 겪고 있었다.

맥과이어의 회상. “50홈런은 언제든지 칠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두번 다시 볼 수 없다.”

그후10년이지난97년. 맥과이어는 세인트루이스로 옮겼다. 이유는오직하나.아들매튜때문. 매튜는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보챘다. 아버지 맥은 망설이지 않았다. 즉시 “이동 비행기에 내 아들의 자리를 비워두라”는 요구를 계약서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1년 뒤 8일. 매튜는 아버지가 대기록을 이룬 날 아버지의 넓은 가슴에 묻혔다. 그리고 “매튜, 잘 왔니. 아빠는 너를 늘 사랑한단다”라고 속삭이는 아빠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맥과이어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정도로 숨은 선행자이기도 하다. 2년전 우연히 친구의 ‘쓰라린’ 과거를 듣고 곧장 학대아동 보호를 위해 ‘맥과이어 어린이재단’을 설립, 매년 1백만달러를 선뜻 기부하고 있다. 그 이후로 그의 발길은 경기가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린이 수용시설로 옮겨진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경기 시작 3시간전엔 학대 받는 어린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텅 빈 스타디움.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세상은 이처럼 외롭다”고 손에 힘을 주는 마음 씀씀이.

‘내 자식 이기주의’에 빠져 족집게과외에 아낌없이 8천만원을 투자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맥과이어는 ‘큰 가슴의 얼굴’이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