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식 경제위기 처방에 정면으로 맞서고 ‘아시아적 가치’를 옹호해 유명해진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73).
그가 이번에는 17년 장기집권이 불가피한 사정과 자신의 2인자를 자른 이유를 구구절절 변명하듯 설명해 화제다.
그는 8일 집권당 회의석상에서 “올해에는 정계에서 은퇴하려고 결심했었다”며 “그러나 갑자기 경제위기가 심각해진데다 후계자로 생각한 안와르 이브라임 전부총리(51)에 관한 좋지않은 얘기를 알게 돼 마음을 바꿨다”고 토로했다.
마하티르총리는 “작년 5,6월 두달이나 휴가를 간 것도 안와르에게 권력을 물려주려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수족이었던 안와르를 2일 전격 해임한 그는 “안와르는 부도덕하며 정치적 순교자가 되길 원한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경제위기 처방에 관한 의견차이가 아니라 안와르의 도덕성 문제가 주된 해임 이유였다는 것.안와르 전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동성애 및 혼외관계를 가져왔고 △국가기밀을 누설했으며 △95년 1천5백70만달러(약 2백20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등의 혐의를 받아왔다.
마하티르총리는 이같은 혐의를 부인하는 안와르에 대해 “클린턴도 부인했었다”며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안와르 전부총리는 “나의 개혁성을 훼손하려는 마하티르측의 음모”라며 “나는 정치적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안와르는 결백을 호소하기 위해 곧 전국 순회연설회를 열 예정이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