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만에 외국에서 돌아와 대학강단에 선 친구에게 예전의 학창시절과 달라진 점을 물었다.
그 친구의 답변이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점이 달라졌다. 다만 모두가 취직시험만 공부하고 있지만”이란 것이었다.
그러나 새벽부터 도서관을 가득 채우면서 컴퓨터실력과 외국어로 무장한 대학생들이 암담한 경제 때문에 ‘실업자’로 세상의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른바 신세대이자 ‘풍요’속에 성장해 왔다는 90년대 학번보다 불쌍한 세대도 없다. 60,70년대 학번들이 경제개발의 주역이었다면 80년대 세대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학번들은 발랄한 기상과 실력을 제대로 한번 발휘해볼 자리도 마련되지 않은 채 ‘실업자 군단’에 합류할 판이다. 그것도 남의 빚으로 잔치를 벌였던 선배들의 잘못으로.
청년 실업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성년이 돼도 취업이 안되는 젊은이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요즘 이 프랑스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영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한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고급 두뇌의 유출과 사회의 노령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 퇴출’이다, ‘정리해고’다 해서 기성세대도 오갈데 없는 상황이지만 대학생들은 정리해고나 감봉을 당할 기회조차 부러운 심경이다.
스스로를 ‘사학년(死學年)’으로 자조하는 요즘의 대학 4년생들. 취업난은 대학생 개개인의 불행이기도 하지만 한 세대의 기상과 능력을 통째로 사장시킨다는 점에서 국가적 재난이기도 하다.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이제 막 사회인으로의 새출발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정말 필요할 때다.
정성희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