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대신 학교운동장에서 집단야영. 달갑잖은 ‘IMF 풍속도’지만 그래도 학생들의 표정은 마냥 밝았다.
울산 북구 농소동 농소중학교(교장 이상곤·李相坤)2학년 학생들은 11일 오후 학교운동장에 조별로 텐트를 설치하고 1박2일간의 야영에 들어갔다.
이 학교 학생들도 지난해까지는 속리산 설악산 등으로 3박4일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올해 2학년 4백24명을 대상으로 수학여행 희망자를 조사한 결과 37%인 1백57명이 ‘가정형편 때문에 못가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학교측은 많은 학생이 참가하지 못하는 수학여행은 의미가 없고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올 수학여행을 취소했다. 그 대신 학생들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학교운동장 야영을 계획한 것.
야영 프로그램은 1,3학년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짰다. 첫날인 11일 오후 3시30분 운동장에 집결, 5명이 한조가 돼 텐트를 설치한 뒤 저녁을 지어먹고 오후 7시부터 두시간동안 캠프파이어를 진행했다. 이어 텐트안에서 친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뒤 잠자리에 들었다.
12일 기상시간은 오전6시. 조별로 아침을 지어먹고 오전 8시30분부터 학교 인근 동대산을 오른 뒤 귀가하게 된다.
2학년 학생대표 나세운군(14)은 “처음에는 수학여행이 취소돼 서운했지만 친구들과 야영을 준비하는 동안 정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