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방한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이 15일 유감표명을 해 이 사건은 일단 마무리돼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회의가 이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고 출석정지처분을 추진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국민 사이에선 의원들이 멋대로 저질발언을 해놓고 뒤에 가서 사과하면 또 그대로 넘어가버리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윤리위 등을 통해 뭔가 따끔한 제재가 이뤄져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질발언 등으로 15대 국회들어 윤리위에 제소된 의원은 모두 31명. 이중 제명 출석정지 경고 공개사과 등 국회법에 정해진 징계를 받은 의원은 한명도 없다.
‘6·4’지방선거를 앞둔 5월26일 한나라당 정당연설회에서 “김대중대통령은 거짓말을 많이 해 공업용미싱을 써야 한다”고 말했던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도 곧바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그러나 후반기 원구성과 함께 구성된 윤리위에서 ‘석달이나 지난’발언을 문제삼는 위원들은 한명도 없었다.
새정부 출범 이후인 3월2일 김종필(金鍾泌)총리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놓고 대립, 본회의장에서 육탄전과 함께 심한 욕설까지 벌였던 여야의원 25명은 무더기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2년 넘게 계류중인 사건도 많다.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은 96년 7월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야당총재였던 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정계복귀를 ‘늑대와 소년’ 우화의 거짓말쟁이 소년에 비유했다.
이의원은 “김총재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늑대가 온다’고 말해 사람들이 모였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다. 이제 한번만 더 외친다면 ‘늑대와 소년’ 우화처럼 비극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의원은 당시 본회의에서 “92년 대선에서 김영삼(金泳三)후보가 1조원을 썼다고 국내 유명잡지가 보도했다. 남의 머리를 빌리더라도 누구 머리를 빌려야 하는지를 아는 머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박철언(朴哲彦)의원은 “김영삼대통령은 인민재판식 강권통치를 통해 절대권력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과거 냄새나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이 전부”라고 발언했다.
윤리위에 제소되지는 않았지만 국민회의 채영석(蔡映錫)의원은 96년6월 국민회의 자민련 합동의원총회에서 “요즘 시골검사는 마작이나 고스톱을 좋아한다. 30대 검사는 구두도 제돈 내고 닦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리위가 규정상으로는 의원들의 징계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이처럼 ‘솜방방이 특위’로 전락한 것은 동료의원들의 정치생명에 타격을 주는 징계의결을 하는데 대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막가는 발언’을 적절하게 규제하기 위해서는 현행 윤리위 운영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