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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임연철/늦더위속 월동준비

입력 | 1998-09-14 19:03:00


영국의 신대륙 이주자들이 인디언과 맞닥뜨리면서 개척한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지방의 관습과 지명에는 인디언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매사추세츠주만 해도 인디언인 매사추셋족이 살았던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주민들은 단풍이 한창인 10월 하순 낮 기온이 섭씨 30도 가까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인디언 서머(여름)’라며 겨울이 멀지 않았음을 알아차린다. 추위가 오기 전 반짝 더울 때 월동준비를 하던 인디언의 관습을 보고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늦더위가 우리나라에도 한창이다. 낮 기온이 예년보다 7∼8도 가량 높을 뿐만 아니라 32도가 넘는 날도 있어 9월 기온으로는 50년만의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엘니뇨로 여느해보다 더워진 중국 화남지방의 아열대성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으로 밀려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상(異常) 늦더위가 엘니뇨 탓임을 생각하면 지구환경의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지구환경 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어서 바람직스럽지는 않지만 늦더위가 농민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큰 도움을 주고 있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계속된 장마와 폭우로 부족해진 일조량을 늦더위가 보충해줘 곡식과 과일을 잘 여물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고통받고 있는 나라 사정에 흉년이라도 들면 큰일이기에 늦더위가 고맙기까지 하다.

▼일기예보에 소나기 소식이 있는 것을 보면 늦더위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찬서리 내리면 노숙자 문제는 어떻게 할지, 실직자 가족은 어떻게 겨울을 나게 할 수 있을지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인디언은 늦더위 기간 중 월동준비를 했다. 요즘의 늦더위는 본격적인 경제위기 속에 처음 맞는 겨울을 잘 준비하라는 자연의 계시처럼 느껴진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