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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사이언스]지구온난화와 「워터월드」

입력 | 1998-09-15 19:26:00


올해는 늦더위가 유별나다. 9월 기록으로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섭씨 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초부터 지금까지 한 달도 안빼고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기록되고 있다. 이런 기상이변은 전세계가 마찬가지.

‘사막과 선인장의 나라’로 잘 알려진 멕시코에서는 대홍수로 1백여명이 죽고 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만여명이 사망한 1985년 지진 이래 역사상 두번째 규모의 자연재해라고 한다.

파푸아 뉴기니에선 사상 최악의 해일로 수만명이 떼죽음을 당했고, 중국은 여름 내내 양자강 범람으로 혼쭐이 났다.

95년 개봉된 ‘워터 월드’는 제목 그대로 지구온난화의 극단적 결과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온세상이 물로 뒤덮여 아무도 육지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 흙이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고, 사람들은 배를 타고 방랑하거나 수상 촌락에서 살아간다. 심지어 귀 뒤에 아가미 비슷한 것이 생겨나서 ‘양서류 인간’으로 변해가는 사람까지 나온다.

‘워터 월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구 육지의 평균 해발 고도는 8백57m. 전세계 얼음의 90%는 남극 대륙에 있는데, 만약 이 얼음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약 90m 상승할 거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집을 잃을 것이다.

다행스런 사실은 남극 얼음의 평균 두께가 3㎞ 이상이며, 적어도 1천만년 동안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

또 남극의 얼음은 북극이나 알프스의 빙하와 달리 온도가 영하 수십도로 매우 낮아서 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과학자들은 남극의 얼음이 앞으로 1천년은 녹을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기상이변의 원인인 엘니뇨나 라니냐는 사실 3∼4년 주기의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온실효과가 유발되고 해가 갈수록 봄이 짧아지는 대신 여름은 길어지고 있다.

박상준(SF해설가·cosmo@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