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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화제]총선앞둔 獨정치권,「테러범 클라인 체포」파문

입력 | 1998-09-15 19:26:00


최근 프랑스에서 체포된 서독 출신의 국제테러범이 총선(27일)을 코앞에 둔 독일 정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8일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테러진압부대 요원들에게 체포된 한스 요아킴 클라인(50)이 주인공. 클라인은 전설적인 테러범 ‘카를로스 자칼’의 오른팔. 그는 75년 자칼과 함께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담회의장에 난입, 3명을 살해하고 각국 석유장관을 포함, 70여명을 알제리까지 납치해 몸값으로 5천만달러를 받고 사라진 유명한 테러사건을 벌였다.

유럽 각국의 추적을 받던 클라인은 79년 ‘용병의 죽음―옛 서독테러리스트의 증언’이란 책을 내는 등 테러와의 절연을 선언했다.그러나 요시카 피셔, 다니엘 콘 벤디트 등 독일 녹색당 인사들이 60년대 클라인과 함께 좌익 운동을 벌였으며 이들이 테러에서 손을 뗀 클라인을 보호하고 재기를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클라인 체포가 정치문제로 비화했다.

총선에서 녹색당과 손잡은 SPD에 밀리고 있는 집권 기민(CDU) 기사(CSU) 연합으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호재를 만난 셈. 콜총리 진영은 클라인을 녹색당, 더 나아가 SPD와 연계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CSU 소속 테오 바이겔 재무장관은 “녹색당 원내총무인 피셔는 클라인 등 소위 ‘지하활동 동지들’과의 관계를 밝히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당은 “클라인이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체포된 데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맞서고 있다.한편 철학자 앙드레 글뤼크스만, 작가 올리비에 롤랑 등 프랑스와 독일에서 지명도가 높은 좌파 지식인 5명은 10일 클라인이 오래전 테러에서 손을 뗐고 그동안 인터뷰 등을 통해 국제테러조직의 실상을 폭로하는 등 ‘사상적 전환’을 했음을 들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프랑스 법무부에 보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