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장이라면 과감하게 남산을 개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보겠다. 지난 24년간의 입산금지 조치로 남산 생태계도 어느정도는 살아났다고 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남산을 찾을 때마다 30여년전 친구들과 함께 약수도 떠 마시고 목욕도 하던 그 시절이 머리에 떠오른다. 24년전만해도 서울에 시민들이 쉴 곳이라는게 창경원 남산 정도밖에 없지 않았는가. 그때문에 남산이 황폐화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시민들의 의식도 옛날과 다를테니 이제는 남산을 시민들에게 돌려 줄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강창수(64·서울 용산구 용산동)》
최근 들고양이떼가 나타나 소탕작전까지 벌여야 했던 서울의 남산.
지난 24년간의 입산금지 조치로 변모한 남산을 일깨워주는 작은 사건이었다. 그러면서 살며시 시민들 사이에서 고개를 든 남산 재개방. 이만하면 자생력을 갖추지 않았겠느냐, 이제 시민의 환경보호 의식도 어느 수준에 오르지 않았느냐는 자신감에서다.
그러나…. 최용호(崔容豪)서울시 공원녹지과장의 말. “개방할 경우 산불과 삼림훼손이 가장 우려된다”며 “낙엽이 수북이 쌓이는 가을에 산불이 나면 남산의 생태계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이나 조류방사 계획도 취소될 수밖에 없다.
71년부터 남산식물원 휴게소를 운영해온 ‘남산 터줏대감’ 김용호(金龍浩·70)씨. “개방되면 데이트족들이 더 많이 몰려들 것”이라며 “민족의 기상이 서린 남산의 상징적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산 입산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은 74년. 당시 남산에서는 담배꽁초로 하루가 멀다하고 산불이나 삼림훼손이 심각했다. 데이트족들로 야밤 남산은 풍기가 문란했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남산을 되살리라”고 지시했고 이어 펜스가 설치돼 지금에 이르렀다. 지난 24년동안 남산의 생태계는 상당히 복원됐다. 그러나 요즘은 산성비로 토양이 급속히 산성화 되는 또 다른 병을 앓고 있다.
환경문제 전문가인 이경재(李景宰·서울시립대 조경학과)교수는 “남산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말은 경청해 볼 부분이 있다”며 “펜스의 일부만 철거해 자연학습탐방로 같은 길을 만들어 개방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