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엔(廣辭苑)은 일본이 자랑하는 자국어 사전이다.
이와나미(岩波)서점이 20만 어휘를 집대성해 55년 첫 출간한 이래 1천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이 사전은 일본인이 대외적으로 자랑하는 책 중 하나다.
이 사전은 초판 발간 이후 14년 터울을 두고 개정판을 내놓았으나 시대 흐름과 변화가 워낙 빠르고 이에 따른 신조어들이 밀물처럼 밀려오자 91년엔 8년만에 4판 개정판을 냈다.
그리고 올해 11월 다시 7년만에 5판 개정판을 선보일 예정이다.
금세기 마지막 개정판이 될 이번 고지엔에는 1만여 어휘가 새롭게 추가되는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과 풍속어 등이 당당한 ‘국적어’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크게 유행하고 있는 차림인 ‘챠바쓰(茶髮·갈색으로 염색 또는 탈색한 머리)’를 비롯해 ‘상대방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끈질기게 이성을 뒤쫓아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스토커’도 버젓이 자리를 잡는다.
‘바쓰이치’라는 말도 ‘시민권’을 얻는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표시가 한번 붙었다”는 의미. 원래는 ‘한번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을 농담식으로 일컫는 표현이었으나 요즘에 워낙 그런 사람이 많다보니 일상 용어가 돼 버렸다.
그러나 ‘다마고치’와 ‘아게망’은 한때 크게 유행하긴 했으나 생명력이 없다는 이유로 98년판에서는 탈락할 처지다.
‘다마고치’:달걀 모양으로 주인이 병아리를 얼마나 잘 돌보고 키우느냐에 따라 고운 닭이 되기도 하고 흉물이 되기도 하는 전자 오락기. 다마고(달걀)와 워치(시계)의 합성조어로 우리 어린이들도 한때 사족 못쓰고 사들였던 장난감.
‘아게망’:남자가 여자를 만나 크게 출세하거나 돈을 잘 벌 경우 여자를 지칭. 반대어는 ‘사게망’.
말(言)은 생물과 같다. 시대에 따라 용법이 바뀌는데다 신조어나 유행어가 갈수록 홍수를 이루는 까닭에 이들 용어가 당당한 ‘국적어’로 자리잡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한달에 수십권의 신종 컴퓨터용어집이 등장하는 시대, 한글만 변화를 겪는 것은 아닌 듯하다.
〈도쿄〓윤상삼특파원〉yoon33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