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보다는 ‘지원이 엄마’라는 호칭에 더 익숙한 아줌마. 시위를 당기느라 마디마다 박혔던 굳은 살은 모두 사라지고 대신 물일로 끝이 무른 양손. 바로 김수녕(27)의 얘기다.
10년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이 딴 금메달은 12개. 이중 3개가 양궁에서 나왔고 김수녕은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등 2개를 혼자 땄다.
“당시엔 올림픽이 그렇게 큰 대회인 줄 몰랐어요. 그저 국제대회중 좀 큰 대회인가보다 했거든요. 그때 이렇게 큰 대회인 줄 알았더라면 아마 떨려서 제대로 쏘지도 못했을 거예요.”
서울올림픽은 김수녕을 위한 무대였다. 한국선수중 유일한 2관왕. 90년 고려대에 입학한 그는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포함, 하계올림픽 사상 유일하게 금메달 3개를 딴 한국선수로 기록되어 있다.
지금 그는 경기 안양시 평촌에 산다. 23평짜리 아파트가 그의 보금자리.
남편(이기영·30·체육교사)을 출근시키고 세살짜리 딸 지원이를 놀이방에 보내고 나면 오전 10시. 시장에 가서 반찬거리를 사고 빨래를 하다보면 어느새 오후. 세식구가 함께 먹는 저녁식사가 가장 큰 즐거움이란다.
정말 이제 아줌마 다 됐다. 김수녕은 지난 10년동안 자신의 가장 큰 변화를 남을 생각할 줄 알게 된 점이라고 꼽는다.
“운동할 때는 모두 나만 위해주잖아요. 그래서 나도 내 생각만 했고요. 그런데 이젠 달라요. 얼마전 둘째아이를 갖고 입덧을 하는 중에도 남편과 지원이 반찬걱정을 할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김수녕은 영원히 양궁을 떠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의 꿈은 코치. 그렇다고 거창하게 실업팀이나 대표팀을 원하지는 않는다. 중학교 팀을 맡아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착실하게 가르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