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관리를 잘 하려면 주식 예금 부동산에 각 3분의 1씩 나눠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72)은 주식과 부동산은 바라보지 않고 철저하게 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기상도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그는 말 한마디에 전 세계 주가와 환율이 춤을 출 만큼 영향력이 막강한 사람.
최근 공개된 97년말 현재 금융재산현황에 따르면 그는 미 재무부 단기공채 2백40만달러어치를 가지고 있으며 은행과 신용조합 등 안정적인 금융자산에 46만6천달러를 예치하고 있다.
또 노퍼크 서던사 회사채 50만달러와 매사추세츠주정부 공채 10만달러어치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자산운용방식에 대해 투자컨설턴트들은 “투자 내용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한다. 너무 보수적인 투자여서 수익률이 낮다는 것.
뉴욕의 한 컨설턴트는 “그린스펀이 고객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겠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채권을 팔아 주식을 사라”고 권고하겠다는 것.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금융기획가 데이비드 예스키는 “미국의 경제대통령 격인 그린스펀의 입장에서 수익성만 따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식 등 투기성이 높은 자산을 보유할 경우 금융정책에 수익률이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오해를 살 일은 피하려 한다는 것. 그가 FRB의 정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채권을 주로 보유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지난해 4월 그린스펀과 결혼한 NBC방송 기자 앤드리어 미첼(51)은 남편과는 달리 주식쪽 투자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문회사 등 금융계에서 30여년 일한 뒤 87년 8월 FRB의장에 취임한 그린스펀은 매년 금융재산을 공개해 왔다.
93년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도입 이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총재들도 주로 은행예금 등 ‘금융정책과 무관한 곳’에 여유돈을 예치하는 경향이 있다.
〈허승호기자·워싱턴AP연합〉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