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실업자들의 축제.’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98 연고제’(고려대 주최)는 대학생들의 축제라기보다 예비실업자들의 축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체육대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행사에 대학생들의 실업 걱정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개막일 첫날의 영화제 ‘실업과 인권을 말한다’에서 실업문제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담은 영화 ‘풀몬티’를 상영한다. 23일에 있을 연세대 가을문화제의 제목은 ‘한국의 백수들이여 단결하라’. 실업에 대한 자기비하적 용어인 ‘백수’의 의미를 현실의 희생자들로 부각시키자는 취지.
춤판에 패션쇼까지 열렸던 지난해의 ‘고연제’(연세대 주최)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올해는 예비졸업생이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하루를 담은 ‘3천원짜리 하루’라는 제목의 7분짜리 다큐멘터리형식의 뮤직비디오도 상영된다.
고려대도 개막일인 21일 교내에서 정부와 5대 재벌을 상대로 ‘예비실업자위자료 청구소송’ 서명운동을 펼친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재벌들의 무분별한 경영때문에 ‘잃어버린 일자리’를 보상받자는 취지이다.
또 양 대학 총학생회는 축제기간중 ‘I Want Job’이라고 적힌 배지를 1천원에 판매해 청년실업대책수립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마지막날인 26일에 있을 양교 학생들의 동대문에서 안암로터리까지의 거리행진 제목 역시 ‘청년실업대책 수립촉구를 위한 거리행진’. 기존의 구호와 투쟁 중심의 가두시위형식에서 벗어나 가장행렬과 퍼포먼스 페이스페인팅 촛불행진의 형식으로 담아낼 계획이다.
〈권재현·윤상호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