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7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직 총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의총에 참석한 80여명의 의원은 즉석에서 의원직 사퇴서를 작성, 당지도부에 제출했고 사퇴서의 국회제출 여부는 당지도부에 위임했다.
이날 의총은 15일 여야총무회담에서 △의원영입 중단 △사정(司正)의 정상화 △여야영수회담 건의 등 3개항을 거의 합의한 직후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등에 대한 검찰의 출두요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탓인지 매우 격앙된 분위기였다. 비주류인 김덕룡(金德龍) 서청원(徐淸源)의원도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의총 도중 “여당이 걸핏하면 우리 당 의원들의 발언을 문제삼아 고소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발언에 나선 권기술(權琪述) 홍준표(洪準杓) 김문수(金文洙)의원 등은 “검찰수사는 의원 개인에 대한 비리조사가 아닌 철저하게 야당을 말살하겠다는 것”이라며 의원직 총사퇴를 주장했다.
이들은 “이미 여당의 의원 빼가기로 국회 과반의석을 잃은 상태”라며 “유일 야당인 한나라당이 결연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국회가 제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의원들은 단식농성투쟁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었다. 이강두(李康斗)의원은 “부산과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여권을 압박한 뒤 그래도 야당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자”며 단계적 투쟁을 주장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의총을 정리하면서 “명예롭게 생을 마감할 각오가 돼 있다”며 단식과 같은 극한투쟁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