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IMF체제와 지난 여름 밀어닥친 수마의 상흔으로 의기소침해 있을 때 우리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정부의 의욕적인 ‘밀라노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섬유도시 밀라노의 이름을 부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적신호가 켜진 섬유 수출에 활력을 불어넣고 단순 중간재 공급 수준에 머물고 있는 대구 섬유산지를 아시아의 섬유중심지로 구축한다는 것이다.
섬유선진국 견학과 수차례의 민관 합동회의에 의해 어렵게 도출된 이 육성 정책의 특징은 업계에 대한 직접지원보다는 산업적 인프라 구축에 자금이 집중 투자된다는 점이다. 섬유산업과 섬유문화에 관련된 새롭고 획기적인 인프라 조성을 통해 대구 섬유산업을 세계 최대의 고급중간재 공급기지, 그리고 직물과 패션 제품 산업이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섬유패션도시로 육성시키려는 것이다.
섬유산업은 문화적 토양위에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섬유문화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유구한 역사의 고유문화가 새로운 시대상황과 융화되고 함축되었을 때 독특한 섬유문화가 창출된다. 섬유문화의 창조는 새로운 스타일이나 컬러, 유행으로 시작돼 자연스런 생활습속으로 형성되고 이것이 산업경제로 이어진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영국 등 세계섬유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 여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도 나름대로의 개성적인 섬유산업 모델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사실 우리 섬유역사도 매우 유구하다. 문헌에 의하면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우리는 섬유의 자급자족이 가능했고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섬섬옥수로 빚어진 고려시대 섬유의 품질은 중국이 부러워할만큼 우수했다고 한다. 또한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산업시설도 척박한 상황에서 수출만이 지상과제이던 60∼70년대 섬유산업은 우수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외화가득과 고용창출에 절대적 기여를 했다. 한때는 섬유류 수출이 우리 총수출의 42%를 차지하기도 하였으며 지금도 우리는 물량적으로는 세계 4위의 섬유수출대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한 섬유문화를 상품화하지 못해 왔다. 고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우리는 이탈리아나 일본 등 선진 섬유산업국과 견줄 때 아주 부끄러운 수준이다. 맹목적 단순 생산시스템에 안주함으로써 기술수준은 저급한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상품의 차별화 노력도 미흡했다.
99년도부터 향후 5년에 걸쳐 6천8백억원이 투입될 섬유산업 인프라구축사업이 완료되는 2003년이 되면 우리 섬유산업은 질적 도약을 함으로써 세계적 위상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믿는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업체의 3각 투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내용은 ‘섬유상품개발센터’‘염색실용화센터’‘섬유정보지원센터’‘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설치와 ‘패션 어패럴밸리’조성, 기능대학 설립 등 총 16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주도로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지역의 대학과 섬유관련단체 등이 사업추진을 담당하게 된다.
우리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발표된 이 밀라노 프로젝트는 일선섬유업계의 경영계획 수립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구 섬유산업의 발전은 우리나라 섬유산업 전체를 한단계 도약시키는 토대가 될 것이다.
유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