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사정을 둘러싼 여야대립으로 국회가 장기간 ‘마비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민생법안처리가 늦어지고 국정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국정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파행국회의 첫 ‘희생자’는 국회가 매년 행정부를 상대로 실시해오고 있는 국정감사. 예년 같으면 지금쯤 한창 현장에 나가 국정감사를 벌일 시점이지만 여야는 아직 국감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즘 국회와 의원회관은 밤만 되면 불이 꺼져 있는 등 썰렁하다. 여기에 여야가 최근 장외투쟁에 주력하면서 의원들마저 국회를 빠져나가 국회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국감을 준비중인 한 의원은 “국감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국감준비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투지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이제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국감다운 국감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생법안처리는 초를 다툴 만큼 시급하다. 그동안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대부분 이번 정기국회에 늑장제출돼 이번에 심의해야 할 법안이 6백건을 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구조개선과 실업대책 등 경제위기극복과 직접 관련된 정부제출 법률안이 88건이나 포함돼 있어 법안심사가 계속 늦어질 경우 정치권은 경제위기의 ‘방조범’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여권이 당초 10월22일 시작할 예정이었던 경제청문회도 파행국회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 여야는 청문회 일정은 고사하고 청문회의 올해 개최 여부에 대한 논의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보통 9월초부터 상임위에서 예비심사가 이뤄지는 결산안심사도 여야가 아직 정부제출 결산안 뚜껑도 열어보지 않아 ‘부실결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은 야당이 25일까지 등원하지 않으면 단독국회를 소집해서라도 시급하고 비정치적인 법안위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야당은 사정중단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싸움에 애꿎은 국민의 ‘등’만 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