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로스의 꿈, 라스팔마스의 한국총영사관이 문을 닫는다.
라스팔마스는 북대서양 그란카나리아제도에 위치한 스페인령 섬으로 지난 30여년간 우리 원양어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 왔던 곳. 원양어선을 탔던 선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러 이국의 정취에 젖고 향수에 젖었던 곳이다.
외교통상부는 21일 올 하반기 폐쇄공관 명단에 라스팔마스를 포함시켰다. 원양어업이 전만같지 않아 총영사관을 둘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
라스팔마스에 총영사관이 개설된 것은 74년. 원양어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우리 선원들만 한해 7천∼8천명이 몰려들자 정부는 인구 35만명에 지나지 않는 이 조그만 섬에 총영사관을 냈던 것. 이후 라스팔마스에선 “한국선원들이 없으면 라스팔마스경제가 흔들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우리 원양어선들은 라스팔마스를 발진기지로 삼아 인근 대서양과 아프리카해에서 참치를 잡아올렸고 이렇게 잡힌 참치들로 국내에서 ‘참치전문점’들이 곳곳에서 문을 열기도 했다. 어선사고라도 나면 그 처리는 모두 라스팔마스 총영사관 몫이었다.
유럽인들이 지금도 ‘태양의 해안’이라고 부르는 라스팔마스는 그러나 원양어업이 퇴조하면서 그 빛도 시들었다. 선원과 교민들도 눈에 띄게 줄어 지금은 1천5백여명의 교민만 남아 선식(船食)공급이나 선원을 상대로 한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근에는 라스팔마스 교민회장단이 서울에 와 외교통상부 해양수산부 등을 상대로 총영사관 존속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홍종후(洪淙厚) 전 라스팔마스총영사는 “원양어업 때문에 총영사관이 생겼고 아직도 우리 국적선이 1백50척이나 있는 만큼 특별한 고려가 있어야 했다”며 총영사관 폐쇄를 아쉬워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