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관중석에 있던 김경애씨(43)는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남편과 아들이 그라운드에서 감독상과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것을 보면 기쁠 만도 하건만 그는 애써 주위의 시선을 피했다.
25년만에 대구상고에 황금사자기 우승컵을 안긴 권정화감독(44)과 도영(18)부자.
김씨는 남편이 93년 야구에 염증을 느껴 1년간 그라운드를 떠났을 때 괴로워하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91년 본리초등교 5학년이던 아들이 야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남편이 2년을 따라다니며 굳이 만류했던 이유도 짐작하고 있다.
96년 아들을 대구상고로 데려올 때 고민하던 남편. 아버지가 감독이라는 이유 때문에 다른 선수보다 더 혼이 나던 아들. 운동장 밖 한구석에 선 김씨는 비로소 눈물을 찍어냈다.
그처럼 힘들게 야구를 했던 남편과 아들이 드디어 환하게 웃었다. 22일 제52회 황금사자기쟁탈 고교야구 우승. 권감독은 88년 대구상고에 부임한 지 꼭 10년만에 중앙대회 정상에 오른 것이다. 아들은 이번 대회 17타수 9안타(타격 2위)의 불방망이로 보답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