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를 쓴 인도 태생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50)에 대한 이란의 살해 명령이 9년만에 철회될 것 같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루시디에 관한 문제는 완전 종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란 정부는 그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시디에 대한 살해명령은 89년 당시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던 고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지시한 것. 호메이니는 루시디가 쓴 ‘악마의 시’가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파트와’로 불리는 사형선고와 함께 1백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현상금은 그후 3백만달러(약 42억원)로 불어났다.
사형선고가 내려진 이후 이란과 영국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루시디는 은둔생활에 들어갔으며 영국경찰의 보호 아래 가끔 국내외를 여행하고 있다. 이슬람 비밀조직의 추적도 만만치 않기때문.
그동안 영국은 이란에 대해 파트와의 철회를 거듭 요청했으나 “명령을 내린 호메이니만이 이를 철회할 수 있는데 그는 이미 사망했다”는 이유를 담은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파트와의 철회를 분명히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란 고위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이를 시사한 것.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