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점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20세기의 거장 두 명의 고전영화가 최근 비디오로 출시됐다.
잉그마르 베르이만 감독(스웨덴)의 ‘여름밤의 미소’(성베네딕드 수도원시청각종교 교육연구회 출시)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이탈리아)의 ‘정사(情事)’(영화마을 출시). 두 편 다 흑백영화이고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베스트코미디상(여름밤의 미소·56년), 심사위원 특별상(정사·60년)을 수상했다.
‘여름밤의 미소’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온 베르이만의 영화목록에서 그리 많지 않은 코미디. 계략과 한바탕의 소동끝에 남녀 네쌍의 짝이 뒤바뀌고 자신의 연분을 찾아가는 절묘한 규방(閨房)소극(笑劇)이다. 한편 ‘정사’는 현대인의 고독과 어긋나는 사랑, 권태로운 일상을 담은 영화.
지리할 정도로 사건전개가 느리고 결말도 없다. ‘며칠전까지 안나가 죽었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웠지만 이제는 살아있을까봐 겁난다’는 극중 인물의 중얼거림처럼, 부조리와 덧없는 인간관계에 둘러싸인 유럽인들의 쓸쓸한 내면풍경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