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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창혁/어업협상 전략 누설

입력 | 1998-09-24 19:11:00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후 정부가 국익(國益) 차원의 보도자제를 가장 많이 요청한 현안 중 하나는 한일(韓日)어업협상에 임하는 우리측의 전략 문제였다.

1월 일본이 일방 파기를 선언, 양국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어업협상은 단순한 ‘어장(漁場)확보 협상’이 아니다. 앞으로 해야할 배타적 경제수역(EEZ)획정 협상이나 독도영유권 문제까지 영향받을 수 있는 ‘주권문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쟁점인 중간수역 동쪽한계선을 어떻게 긋느냐는 문제는 어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이 EEZ획정 기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외교통상부는 시종 동쪽한계선에 관한 추측보도 자제를 요청해왔다.

우리는 동경 1백36도, 일본은 1백35도를 주장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는데 우리 언론이 중간선인 ‘동경1백35도 30분 타결가능성’을 보도하면 일본이 이를 우리의 내부 협상카드로 판단하고 그 이상의 양보를 고집할 공산이 크다는 이유였다.

일부 추측보도가 있긴 했으나 대부분 언론은 협상 타결 때까지 우리 협상카드가 공개돼서는 안된다는 정부입장을 고려, 보도를 자제해왔다.

그런데 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간 정도에서 타결될 것”이라고 사실상 동경 1백35도 30분이 우리의 협상카드임을 공개해버렸다.

최종 담판을 위해 도쿄(東京)로 떠나기 바로 전날이었다. 이미 실무선에서 의견이 좁혀져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최종 담판에 임하는 협상책임자의 자세는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익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과연 있었는지 김장관에게 묻고 싶다.

김창혁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