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신장이식수술을 받아 건강을 되찾은데 대한 보답으로 어머니가 숨을 거두면서 자신의 시신을 병든 이웃을 위해 기증했다.
고 윤은재(尹銀載·73·경기 시흥시 대양동)씨의 영결식과 시신기증식이 열린 25일 오전 인천 가천의대부속 길병원 영안실.
“어머니의 각막이 앞못보는 이들의 빛으로 되살아나고 주검은 조국의 의학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기에 저희는 슬프지만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냅니다.”
막내아들 김대섭(金大燮·37)씨가 눈물로 어머니를 회고하는 동안 영결식에 참석한 70여명도 슬픔과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자녀된 우리는 무덤이라는 형태를 빌어 어머님을 곁에 두는 대신 세상의 병들고 약한 이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묻고자 합니다.”
윤씨는 2년전 신장병에 걸려 혈액투석을 해오다 23일 부천세종병원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 2남3녀의 자녀들에게 시신기증을 유언으로 남겼다.
윤씨가 시신을 기증하기로 결심한 것은 5년전. 만성신부전으로 고통받던 아들 김씨가 93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서 장기를 기증받아 새생명을 찾고부터다.
김씨는 “평소 작은 일에도 이웃을 먼저 생각했던 어머니가 저의 신장이식수술 이후에는 ‘내 몸을 바쳐서라도 병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살리고 싶다’는 말을 늘 해오셨다”고 말했다.
윤씨의 각막 2개는 24일 가천의대부속 길병원에서 시각장애인 소모씨(73·여)와 윤모씨(82·여)에게 각각 이식됐고 시신은 한양대 의대에 인도됐다.
아들 김씨는 건강을 되찾은 93년부터 신장이식을 주선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분부에서 상담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