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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장물의혹 문화재 접수못한다』기증 거부

입력 | 1998-09-25 19:25:00


언제 어디서 발굴됐는지 잘 모르는 유물을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나선다면….

4월 공개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청동기시대 미송리형토기의 기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장자인 김모씨(81)가 최근 아들을 통해 이 토기와 고구려 귀고리 등 유물 7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하자 박물관이 유물의 ‘출처 불명’‘소장 경위 불분명’을 이유로 거부했기 때문.

아들 김씨는 “유물이 훼손돼가고 있는데 출처 불명을 이유로 기증을 거부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씨는 일제시대때 자신의 할아버지가 유물을 수집해 지금까지 보관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박물관의 견해는 다르다. 북한의 청천강 이북지역에서 나오는 미송리형 토기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50년대이고 북한에서 발굴된 것도 몇점 되지 않기 때문에 한 개인이 일제시대때부터 이렇게 많은 토기를 여러점 수집해 보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96년 중앙박물관에 고구려유물을 팔았던 일도 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중국 지린(吉林)성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것과 동일한 유물로 밝혀져 중앙박물관이 현재 도난 여부를 확인 중인 상태.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문제의 유물들이 중국 동북부지역에서 불법유출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들 김씨는 “그 옛날에 유물을 모으다 보면 미송리토기인지 모른다해도 다른 유물과 함께 그걸 수집할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물관은 기증을 받아들일 수 없는 또다른 이유로 국제박물관협의회 윤리요강을 들고 있다. 이 요강에는 ‘유물을 수집하려면 유물의 원산지 국가나 원래 소유자로부터 합법적으로 취득한 유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박물관은 “유물은 발굴에서 소장까지, 그 유통경로가 투명해야만 문화재로서의 가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