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갈 듯 상쾌하고 유려한 기와지붕의 처마 곡선. 처마선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비밀은 서까래를 이중으로 처리한 겹처마에 있다. 겹처마는 길쭉한 서까래의 끝부분 위에 짧은 덧서까래를 얹어 만든, 이중 서까래 처마를 말한다.
덧서까래는 처마 끝을 살짝 들어올리면서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낸다. 처마선의 아름다움은 벽체로부터 서까래가 시원스럽게 빠져나오는데서 비롯한다. 거기에 다시 덧서까래를 올렸으니 그 선의 날렵함이야…. 덧서까래는 허공에 떠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부연(浮椽)이라 한다.
덧서까래의 매력은 건물 네귀 모퉁이의 추녀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들 귀서까래는 부챗살인양 벽체 밖으로 쫙 펼쳐지면서 처마 끝을 힘껏 들어올린다.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하고 청초하면서도 장중한, 그 거침 없음과 세련됨…. 처마선의 백미라 하기에 충분하다. 귀서까래는 모양이 부채를 닮아 선자연(扇子椽)이라고도 한다.
모퉁이 추녀 부분의 서까래를 벽체 가운데 쪽보다 훨씬 길게 빼내고 훨씬 높이 들어올린 것은 멋도 멋이지만 사람들의 착시(錯視)를 막기 위한 절묘한 장치다. 추녀 귀서까래의 길이나 높이를 가운데 부분과 같게 할 경우, 중앙에서 보면 추녀부분은 밑으로 처지고 길이가 짧아 보여 그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 모퉁이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길게 해야 모서리 사방에서 들이치는 빗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서까래를 받쳐주는 긴 받침목도 한몫 한다. 모퉁이쪽 추녀선이 올라가게 하기 위해 일부러 휘어진 받침목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붕의 무게로 인해, 자연스레 받침목 가운데가 살짝 내려 앉는다. 이것은 부작용이 아니다. 윤장섭 전서울대교수(건축사)는 “이같은 자연적인 요소나 다소간의 우연적 요소가 오히려 처마선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서까래 하나를 올리면서도 자연의 특성, 우연의 측면까지 끌어안았던 우리 전통건축. 처마선을 무애(無碍)의 경지라고 일컫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