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예술이 살아가는데‘힘’이 됐으면 합니다.”
명쾌한 메시지를 뿜는 설치작품전‘힘’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윤동천 교수(사진). 그의 작품에는 일상을 옭아매는 무수한 형태의 ‘힘’을 모두 웃음거리로 만들겠다는 고집이 느껴진다. 특히 예술을 일상의 자리에서 몰아내 ‘괴물’로 만들어버린 제도의 폭력에 대해 적의를 번득인다. 3년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힘’들을 낱낱이 고발한다. 권력, 정력, 세월의 ‘힘’ 등.
‘힘’의 다양한 형태를 포착하는 작가의 예리한 눈과 그것을 알기쉽게 ‘설치’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작품들은 쉽고 간명하다. 소재도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대부분. 빛바랜 신문지로 세월의 ‘힘’을 표현했고 파리를 잡아 ‘파리를 닮아가는 자화상’을 꼬집었다.
“예술이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노부부의 마주잡은 손에서 느끼는 순간적인 뭉클함, 새벽에 스치는 신문배달원의 옷깃…. 이런 일상이 이른바 예술이라 불리우는 것보다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요.”
그는 이번 전시에서 대중과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다. 작품 곳곳에 ‘힘’에 관한 문구를 걸어놓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언어는 폭력이다’ ‘다시 뛰는 한국인, 뛰는 놈만 죽도록 뛰는 한국인’ ‘힘찬 오리발’ 등.
작가는 전시의 마지막 파트에서 미술의 ‘힘’을 힘주어 강조한다. 캄캄한 방안, 한줄기 조명이 동판에 새긴 문구를 비춘다. “나는 그림의 ‘힘’을 믿는다. 그것은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작용하지만 생각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중의 하나이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동아일보사 광화문사옥)에서 10월17일까지. 02―721―7772.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