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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호갑/싸워서 찾은 소비자의 「작은 권리」

입력 | 1998-09-27 19:58:00


‘소비자의 권리는 스스로 싸워서 찾아야 한다.’

최모씨(21·H대 기계공학과2년) 등 PC통신 나우누리의 ‘노트북 동호회’ 회원 1천명이 지난 3개월 동안 합심해서 얻어낸 소중한 체험이었다. 6월 최씨는 지난해 2월 구입한 L사제품 노트북의 액정화면(LCD)에 반점이 나타나는 ‘은하수 현상’을 발견했다. 몇달전 똑같은 현상으로 LCD를 교체한 것을 포함하면 4번째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최씨는 “더 이상 LCD 교체는 싫다”며 L사측에 제품교체나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L사측은 “제품의 불량은 아니며 자체조사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달라”며 최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정말 분통이 터질 노릇입니다. 웬만한 중고 중형자동차 한대 가격인 3백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노트북인데….”

최씨는 동호회 통신망에 비슷한 사례를 올려달라는 글을 띄웠다. 한달도 안돼 40여건이 접수됐고 이중 10여건은 ‘은하수 현상’으로 LCD 교체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최씨는 8월21일 소비자보호원에 L사를 제소했다.

그리고 9월4일. 동호회 앞으로 L사측의 팩스 한장이 날아들었다.

“‘아무리 사소한 불만이라도 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자’는 고객중심의 기업경영 차원에서 여러분들의 불만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결국 최씨의 노트북은 환불됐고 나머지 회원들의 LCD 교체요구도 이뤄졌다. 마침내 이긴 것이다.

“수십억원을 들여 기업 이미지를 광고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기업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작지만 큰 승리를 일궈낸 최씨의 말이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