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시 함백산의 국가대표선수촌 태백분촌. 총공사비 35억3천5백만원을 들여 3년여만인 6월30일 완공된 태백분촌은 육상부흥의 메카로 기대를 모았다.
태백분촌은 해발 1천3백30m의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산소가 상대적으로 희박한 고지대에서 훈련하면 심폐기능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대한체육회가 태백분촌을 만든 것도 이같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국내에 고지대 훈련장이 없어 선수들이 중국 쿤밍이나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등 외국을 전전해야 했다”며 “태백분촌의 개촌으로 우리도 세계적인 고지훈련장을 갖게 됐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태백분촌이 문을 열자마자 육상뿐만 아니라 사이클 스키 등 다른 종목 선수들도 앞다퉈 입촌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3개월. 지금 이곳에서 훈련중인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전국체전이 열리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체전이 끝난 뒤 선수를 입촌시키겠다는 경기단체도 없다.
이유는 8월에 내린 폭우로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우레탄 트랙의 일부가 무너졌기 때문. 태백분촌측은 임시방편으로 자체보수공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트랙 한구석이 푹 꺼져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 대한체육회는 보수예산 편성은 커녕 아직 정밀조사조차 하지못한 상태다.
이러니 훈련이 될 리 만무. 68명의 선수를 수용할 수 있는 17개의 숙소와 오락실 샤워장 등 현대식 훈련시설이 아무 쓸 모가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의 붕괴에 이은 또하나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그러나 책임소재를 가리기엔 시간이 없다. 겨울이 오기 전에 우선 고치는 것이 시급하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방콕아시아경기는 제쳐놓더라도 당장 내년초부터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이 시작된다.
국내에 새 고지훈련시설을 지어놓고 외국에 가서 달러를 써가며 훈련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창기자〉jeon@donga.com